[사설] '윤미향 사태' 재발 막아야겠지만 정부 NGO 통제는 더 큰 문제

입력 2021-07-28 17:30  

재단법인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을 지낸 윤미향 무소속 국회의원(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위안부 후원금 유용 논란’이 우리 사회에 미친 파장은 자못 심각했다. 시민·사회단체를 넘어 NGO(비정부기구) 활동에 우호적이던 일반 시민들 충격도 컸다. 명쾌하게 해명·정리돼야 할 의혹은 아직 남아 있다. 한국 NGO들이 성숙·발전하기 위해선 어떤 식으로든 풀어야 할 과제다.

법무부가 정부 입법으로 발의한 ‘공익법인 설립 운영법’은 ‘윤미향 사태’와 전 정권의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 등을 의식해 4000개에 달하는 공익형 법인을 직접 관리·감독하겠다는 법이다. 법무부 산하에 ‘시민공익위원회’를 만들어 서류·장부 검사, 재산 감사, 임원 직무정지·해임명령은 물론 법인 인정취소권까지 행사하겠다는 게 골자다. 이미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도 포괄적 감시·감독 관할권이 있는데 굳이 옥상옥(屋上屋) 규제기구를 만들겠다는 게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보건복지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다른 부처들이 반대하는 것도 NGO에 대한 정부 개입이 과도하면 문제가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 NGO들은 산업화와 민주화 과정에서 많은 노력을 해왔고 성과도 냈다. 하지만 부문별로 과잉·난립하면서 NGO 고유의 소금 같은 ‘짠맛’을 잃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국가보조금에 기웃거리고, 특정 정권과 정책연대라도 한 것 같은 행태도 공공연했다. 정치색 강한 일부 단체장 자리는 비례대표 국회의원이나 정부 고위직으로 가는 ‘스펙’으로 전락했다. 심지어 대기업 사외이사 등의 징검다리로 악용되기도 했다. 활동가 그룹의 사적이득 취하기 논란에다, ‘정의연 의혹’처럼 운영·재정 관리에서 투명성 문제까지 불거져 사법당국을 불러들이기까지 했다. 모두 NGO가 자초한 측면이 있다.

숱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나서 다 정리하겠다”는 식은 곤란하다. 회원과 후원인의 자각과 분발 속에 시민의 협력을 바탕으로 NGO 스스로 변해야 제대로 된 개혁이 이뤄진다. 정부가 ‘가·부(可否)’를 판단하면 또 다른 차원의 ‘블랙리스트’ ‘화이트리스트’ 논란을 초래하면서 어설픈 관변단체만 양산하게 된다. NGO들로서는 사무실 하나 마련하는 것부터 정부 지원은 물론 유무형의 혜택을 일절 바라지 않는 게 신뢰 회복의 출발점이다. 정부 입법안에 국회가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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